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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영혼의 울림이 있는곳으로 가야한다? feat. 생장가는날 D-1

by 달음 Dalum 2024.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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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이 정말 복잡했다.

이제 정말로 법원에 소송을 해야하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재판에서 싸워야 했기에.

게다가 학생비자 만료도 얼마 남지 않아서 외국인청에 가야만했다.

재정보증 혹시 또 만들어오라고하면 어떡하지? 부모님께 또 돈 관련해서 말씀드려야하는데.

 

나는 왜 맨날 누군가에게 손을 벌리기만 할까.

나는 왜 독립을 하지 못할까. 나는 왜 항상 어린아이로만 있고 싶은것일까.

왜 어른이 되려면 할 수 없는게 많을까.

나는 왜 이런 세상에 순응하지 못하는 걸까.

그리고 순응하고 싶지도 않는걸까.

순응하고 싶지 않다면 순응하지 않으며 살면 되는거 아닌가?

 

 


 

5시에 알람소리가 나기도 전에 일어났다.

전날, 아니구나 12시에 잤기때문에 당일에 잠도 자지 못했다.

그 전날에 친구 생일이여서 김밥싸고 대청소하고 서류보내느랴 할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푹 잘줄 알았는데 잠을 설쳤다.

 

여행일이 다가오면 다가올 수록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다.

너무 많은 걱정을 하다보니 끝이 없었고, 그런 걱정을 하는 도중에 나는 은연중에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아, 지금 내가 많이 복잡하구나. 그렇다는건 앞으로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쪽으로 흘러가겠구나.

 

아침에 일어나 모닝페이지를 적었다.

한 문장이면 충분했다.

 

나는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다. 예민하다고 해야할까. 여행가는것, 갑작스러운 모험은 무섭다 솔직히.

나도 대담해서 가는게 아니다. 이번 여행만큼은 3주전에 갑작스럽게 계획한거라 더 더욱 무모했다.

 

 

계획하면서도 어이가 없어 웃었다.

지금 여기 다름슈타트에서 공항까지 환승5번에, 3시간 반.

지로나에서 바르셀로나 1시간15분.

바르셀로나에서 팜플로나 4시간.

팜플로나에서 시내까지 30분이라고하면…

이게 하루에 이동할 수있는 거리인가?

차라리 비행기 한번에 15시간인게 더 편하겠다.

총 환승 10번을 하면서 이 10번중 하나라도 타이밍이 맞지 않았더라면 나는 순례길 여정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열쇠를 두번 돌리며 문을 잠갔다.

이제 진짜 시작이다.

미지의 세계에 나를 던지는것. 앞으로의 여정은 어떻게 될지 한치 앞도 모른다.

그렇게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6시10분차인데 8분이 되어도 보이지 않는 버스기사님.

버스는 닫혀있었고 나는 불안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꼬이는건가?

담배피시던 버스기사님이 초단위로 버스에 돌아와 시동을켜고 정확히 10분에 출발했다.

휴. 다행이다. 이렇게 첫번째 기적이 일어났다.

 

 

하이델베르크로 가는 기차는 내가 역에 도착하고 3분뒤에 왔다.

독일 기차는 취소되는것도 많고 대부분 연착되는 경우가 많아 악명이 높다.

그런데도 말썽부리지 않고 제시간에 와주었다. 고마웠다.

 

칼스루에에서 Rastatt로 가야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플랫폼에 기차가 안적혀져 있었다.

분명 전광판에 떠있어야했는데 기차가 없다.

앱으로 찾아보니 EV(대체 교통수단)를 타야한다고 하더라.

 

남쪽출구로 나와서 버스를 타려했는데 앞에 종이적혀져있는 목적지가 전혀 모르는 이상한 곳이였다.

이 버스는 절대 아닐텐데… 하면서 RB2 버스를 기다렸다.

보통 출발시각 되기전에 와야할텐데 버스가 안왔다.

이대로 계속 기다리다간 안되겠다 해서 버스기사한테 물어봤다.

Rastatt에 간다는 버스 기사님의 말만 믿고 탔다.

그러고 30분이면 가야할것을 1시간 15분에 걸려 가게되었다.

중간중간에 3개의 작은 마을이 있었는데 세상에 그 마을 하나하나를 들려서 가게될 줄이야.

 

내 마음대로 버스 운전대 잡고 Rastatt로 향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마음속에서는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가득했다.

9시반 공항가는 버스를 놓치면 30분안에 게이트에 들어가야하는데

그건 아무리생각해도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무리 생각하고 고민해도 바꿀 수 없는게 있더라.

 

그 버스 안에서 나의 마음은 지옥에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있는건 단 한가지도 없었다.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노력해야한것에 대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실망감.

 

바가바드 기타에서, 그리고 도덕경에서 몇번이고 강조하는게 이거였는데.

현실에 적용하기에 나는 아직 중생이다.

다행히 15분남겨두고 공항으로가는 버스에 탈 수있었다.

공항에 도착하고 짐검사때문에 기다리다 게이트로 들어갔는데 운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게이트 닫히기 10분전에 들어갔는데 아직 보딩 시작도 안했다. 30분정도 늦어졌다 하더라.

결국 11시 20분에 출발해야하는데 늦어져서 11시 50분에 출발했다.

뭐 30분 차이여도 좋다.

 

 


 

스페인에 도착했다.

내리자 마자 느낀건

덥다. 태양이 뜨겁다. 습하다. 정도

 

스페인에서 처음 말걸은 관광안내해주는 언니가 정말 친절했다.

영어로 잘 소통할 수 있어서 다행이였다. 시작이 좋았다.

 

데이터가 안터졌다.

전에 프랑스에서도 그러더니 스페인에서도 그렇구만.

어느정도 예상은 했는데 일이 정말 터져버렸다.

 

여기서 또 깨달은게 있었다.

인간은 고민걱정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하는데, 막상 예상했던 일이 닥치든 닥치지 않든 인간은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즉 걱정하고 대책을 세워도 막상 닥치면 알아서 하게되는게 인간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처음부터 정말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이 여정에 오르기 몇주 전부터 얼마나 많은 걱정을 했는지 모른다.

가장 무서웠던게 이 날 6일이 아니였던가. 오늘 저녁에 알로하 호스텔에 묵지 못한다면 모든 여정이 꼬여버리기 때문에.

 

 

긴장된 채로 바르셀로나 버스역에 내렸다.

 

후... 이제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야한다.

길 지나가는 사람들 쳐다보면서 저사람은 소매치기범인가 인상은 어떻고 

나에게 다가오는 반경 2m까지 레이더를 돌리며 걸었다.

인상 팍쓰면서 말이다. 다가오면 죽는다!!!!

 

 

 

산츠역에 도착해서 짐 검사 하고 기차에 탔다.

세상에 랜덤으로 지정받은 자리가 테이블이 있는 좌석에 진행방향 창문쪽이라니!

나는 너무 운이 좋았다.

그렇게 스페인의 속 시원한 풍경을 보며 글을 적었다.

그러자 갑자기 감정에 복받쳐 눈물이 나려했다.

마음속 깊숙히 이런 말이 들려왔다.

 

사람은 영혼의 울림이 있는곳으로 가야한다.

 

 

 

 

사라고사에서 환승을 해야했다.

물이 너무 마시고싶어 잠깐 올라와서 카페에 갔는데 물이 3.5유로이지 않던가!!

이건.. 너무 비싸다 싶어 단념하고 다시 되돌아오려는데 에스컬레이터가 이상하다?

올라오는방향 밖에 없고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없었다.

어?? 앞으로 기차는 10분뒤에 출발하는데 나는 플랫폼에 갈수가 없다.

역행해서 뛰어갈까 생각하던 찰나에 어떤 경비원이 저 멀리 돌아가라했다.

사라고사역은 내가 본 역중에서도 가로로 엄청 길었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뛰어가야했는데 와... 10분남기고... 죽는줄알았다.

짐검사하고 다시 내려와서 어찌저찌 팜플로나로 향하는 기차에 탔다.

마지막이다!!

 

 

 

저 멀리보이는 팜플로나.

저 산이 내가 내일 모레넘을 피레네 산맥이구나...

집 나온지 15시간만에 10번 환승해서 도착한 팜플로나.

 

이곳에 오는 내내 나는 행복했고 걱정했던것과는 달리 순조롭게 올 수 있었다.

환승하는 그 10번중 한번이라도 잘못되었다면 나는 여기에 올 수 없었다.

나를 여기에 데려다 준 모든 인연에 감사했다.

 

계획할때 그당시에는 무모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까 별거아니였다.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에 가는것만으로도 일인데, 

처음가는 나라에 심지어 말이 안통하는 나라에 혼자가서 조그만한 도시로 이동한다는게 가장 큰 스트레스 였을것이다.

그래서 9월6일이 나에게는 가장 중요하고 걱정되는 날이였다.

이날이 미끄러지면 모든 일정이 미끄러지기 때문이였다.

 

 

무사히 알로하 호스텔에 도착해서 체크인하고 잠을 잤다.

베드버그가 무서워 침낭을 가져갔지만 여기는 괜찮겠지~ 하며 잠에 들려했다.

그리고 잠에 들지 못했다.

 

내 아래층 친구가 계속 움직이고 코를 너무 시끄럽게 골지 않던가...

에어팟 노이즈 캔슬링을 뚫고 963Hz를 뚫는 역대급 코골이였다.

나는 몇분단위로 깼다.

다리에 벌레 기어다니는 느낌이 너무 심했다.

왜인지 잘 모르겠지만 청결하지 않은 곳에서는 이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오늘만 푹잘 수 있을텐데...

그렇게 법상스님 잠 유도 유튜브 영상을 들으며 겨우겨우 2시간 남짓 잠을 잤다.

그러고 6시에 눈을 떴다.

 

눈 뜨고 가장 먼저 내 몸 상태를 봤는데 헉... 다리에 무언가에 물린자국이 있다.

심지어 등에도 수직으로 무언가에 물린 자국이 있었고 부풀어올라있었다...

 

헉.. 베드버그다!!!!!!!!!!!!!!!!!!!!!!!!!!!!!!!!!!!!!

 

 

 

 

 

 


 

p.s 작년 7월에 적은 소원.

1년이 지나긴했지만 진짜로 9월6일에 순례길 여정에'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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