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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죽이지 말고 생생하게 살려라 feat. 순례길 2일차~3일차

by 달음 Dalum 2024.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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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 2일 차는 1일 차와 다르게 평탄했다.

평지를 걷다 마지막 3km를 급격하게 내려가야 했다.

날씨는 흐렸다 맑았다 하다 내려가는 구간에서 비가 살짝 내렸다.

흙길이라면 좋을 텐데 바위로 된 길에 비까지 살짝 내려서인지 미끄러지기 쉬웠다.

 

 

1일 차에서는 둘이 걷다 2일 차에서는 4명이서 걸었다.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재미있기는 하지만

그만큼 내면에 집중할 수없었다.

풍경도 온전히 나에게 다가오지 못했다.

 

 

꾸밈없이 순수하게 만난 인연인 만큼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다.

그곳에서는 가면을 쓸 필요도 그 누구에게도 잘 보일 필요 없이 온전히 나로서 존재하면 됐기 때문에.

유치한 장난을 치며 순수하게 웃고 떠들었던

그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3일 차에서는 주로 혼자 걸었다.

막상 혼자 걷게 되니 후련할 줄 알았는데 외롭다.

누군가와 같이 있으면 재미있기는 하나

여기에 온 목적이 흐려지는 듯한 느낌이고

그러자니 혼자 걸으면 외롭고.

 

각자만의 페이스가 있다는 것과 

각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것을 서로 알기 때문에 이해해 준다.

 

나는 계속 생각했다.

나는 작년부터 왜 이 길을 그토록 걷고 싶었던가?

그리고 막상 걸어보니 어떤가?

 

순례길은 그저 길에 불과했다.

신성한 의식도 숭고한 정신을 요하든 그런 게 아니었다.

그저 자연경관을 보면서 멍 때리며 걷기 좋은 길.

 

집 근처에 있는 산에 올라도 되고

다름슈타트에서 프랑크푸르트까지 걸어가도 되는데

왜 굳이 스페인 순례길이어야만 했던 것인가?

자연 속을 거닐며 그저 생각 없이 걷고 싶다는 나의 욕망은 

사실 언제든 집 밖을 나서면 충족시킬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뭘 원했던 걸까?

산티아고에 두 발로 걸어가면 나를 알아가고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삶에 대한 의지가 생길 거라 생각한 것인가.

 

작년 일기를 펼쳐보았다.

순례길에 그토록 가고 싶었을 때의 나는 잿더미였다.

가슴에 그 어떤 열정도 없었다.

모든 걸 다 던져버리고 현실도피하고 싶었다.

그렇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었던 것이다.

 

 

연결됨을 느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순례길에서는 그냥 걷기만 하면 되니까.

소속감을 느끼고 싶었고 

그 소속됨 속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잘 수행해 내면서 그 집단에 소속되는 것.

진정으로 내가 원했던 꿈은 꼭 이것을 통해 이루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근데 그 수많은 길중 굳이 산티아고 순례길 이어야만 했던 건

영혼이 그걸 원했던 것 같다.

꿈도 사람마다 제각각 이듯 이 길을 굳이 가서 경험을 했어야 했던 것이다.

 

 

꿈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인 것이다.

결국 인간이 원하는 건 경험이다.

 

 

버킷리스트를 다시 한번 읽어보자.

이 꿈들이 죽어있는가? 아니면 아직도 내 안에 살아 숨 쉬고 있는가?

적어두기만 하고 포기하고 있지는 않는가?

 

꿈을 적어두었다면 적어도 꿈을 이룰 생각을 해라.

안일하게 언젠간 이루어지겠지라고만 생각하지 말라.

꿈을 죽이지 말고 생생하게 살려라.

 

허들을 낮춰야 한다.

인간은 생각이라는 강력한 힘으로 그 허들을 낮출 수 있다.  

꿈과 현실의 간극을 줄여나가는 것.

이 힘을 인간은 가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으로.

 

꿈은 이루어지기까지 오랜 시간을 요하는 것과 

여행과도 같이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것도 있다.

이 둘을 잘 구분하고 현실화하는 데에 시간이 필요한 꿈은

잘게 잘게 나누어 오늘 하루 어떤 행동을 하면 그 꿈에 가까워지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그러니까 요점은 꿈을 그냥 종이에 적고 꿈을 꿈으로만 내버려두지 말라.

그건 꿈에게도 예의가 아니다.

 

꿈을 적었으면 적어도 그 꿈을 이룰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

적어둔 채로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그 꿈에 대해 생각하지도 않는다면 그건 꿈꾸느니 만도 못하다.

꿈의 환상을 깨부수고 깨부수어서 생각하면 할수록 그 꿈을 현실화할 수 있다.

 

생각하나만 바꾸면 이리 쉽게 갈 수 있는 순례길을

나는 평생 꿈으로만 남겨놓으려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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