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독일 생활

두번째 독일, 유학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feat. 인종차별, 인간관계

by 달음 dalum 2024. 1. 12.
반응형

2019년에 시작한 블로그를 이렇게 오랫동안 붙잡고 있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블로그를 잠깐 보시면 아시겠지만, 지난 4년간 저는 글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그 4년 동안 저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독일유학은 저에게 트라우마로 남았기 때문에, 제 상처를 살펴보고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3년 동안 저는 대학 전공을 두 번 바꾸고 결국 작년 10월에 다시 독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독일 유학오기 전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에 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주로 마음가짐에 관한 내용이니, 정보를 원하시는 분들에겐 이 글은 와닿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독일 유학을 꿈꿨을때의 내 책상

 


1.  피해의식을 가지지 않았더라면

 

독일사람들은 딱딱하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일본에서 자라서인지 저도 모르는 새에 오랜 기간 동안 피해의식을 가지며 살아왔습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은 사이가 안 좋기 때문에, 한국인으로서 일본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조그마한 차별에 더욱더 예민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저의 예민한 성격으로는 당연히 해외에서 적응하기 어려웠습니다.

 

 

장보고 계산할 때 직원이 영수증이나 동전을 던질 때,

택배 부치려고 하는데 직원이 퉁명스럽게 말할 때,

상대가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고 인상 찌푸리면서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볼 때

리액션이 전혀 없어서 내 말을 잘 듣고 있는지 모르겠을 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저는 이 모든 게 제가 아시아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완벽한 독일어로 발음 좋게 말하려고 노력했었지요.

하지만 그렇게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지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거리를 나설 때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서양사람과 이야기할 때 두 눈을 보면서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랬던 저는 두 번째 독일유학에서 완전히 극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이 특히 대인관계에 있어서 저에게 가장 중요한 가르침을 주었지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는 그 사람에게 달려있다.
내가 타인을 자유롭게 판단하듯, 타인도 나를 자유롭게 판단할 자유가 있다.
타인이 나를 나쁘게 생각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온전히 타인의 과제이다.

 

우리는 흔히 다른 사람이 나를 안 좋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걱정하고는 합니다.

우리는 늘 상대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은 나를 안 좋게 볼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그냥 내려놓아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것은 욕심입니다.

 

친절해야죠. 기본적으로 친절함을 유지하되, 최선을 다하되 결과는 타인에게 맡겨야 합니다.

타인이 나를 서운하게 생각하든, 나쁘게 보든 그것은 그 사람이 직접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그 사람이 나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다면 깊은 대화를 통해 같이 풀어 나가는 것이고,

그 사람이 준비가 안됬거나 그럴 여유가 보이지 않는다면, 스스로 과제를 풀 도록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게 인종차별 비슷하게 당한 거랑 뭐가 상관이 있는 거죠?

 

 

네, 상대방이 뭘 생각하든 어떻게 생각하든 내 알 바 아니다라며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게 서로한테 가장 좋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라는 말이 아닙니다.

친절함과 존중은 기본입니다.

하지만 상대방의 반응이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더라도 그것은 내가 관여할 필요가 없음을 아는 것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상대방을 뜯어고치고 싶겠죠. 그 사람을 붙잡고 설명하고 싶겠죠.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하지만 한 사람이라면 바꿀 수 있겠지만, 10명, 100명이 된다면 얼마나 힘들까요? 평생을요.

 

 

핑크 대왕 퍼시 이야기를 아시나요?

 

 

핑크대왕 퍼시(Percy the Pink) 이야기

퍼시는 광적으로 핑크색만 좋아하는 임금님이었다. 퍼시대왕을 둘러싼 모든 사물들은, 심지어 음식까지도 ...

blog.naver.com

 

마치 한 사람 한 사람 핑크색으로 칠하는 것과도 같습니다.

내가 안경을 끼면 되는 건데 말이지요.

 


 

불과 3개월 전의 일입니다.

3년 동안 독일어를 손놓았던 저는 C1 합격증이 있어도 실제로 B1 수준이 되어버렸습니다.

독일어 발음도 엉망, 문법도 엉망이 된 저는 독일에 와서 처음 "중앙역으로 가는 기차 어디서 타요?"라고 말을 하고

여태껏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와, 엉터리여도 괜찮구나...!

 

웃음이 터졌습니다.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게 더 이상 수치스럽거나 부끄럽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고유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지요.

길 가다 니하오! 곤니치와!라는 소리를 들어도 웃으며 곤니치와~라고 인사를 되받는 여유도 생겼습니다. (원래는 무시하는 게 답입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 독일어는 엉망이 되었지만, 제 마음은 가벼워졌습니다.

외국인으로서 혼자 독일에 살고 있지만, 이 땅에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5년 전의 저라면 엄청 스트레스받았을 텐데 말이죠.

 

 


독일사람은 대체로 차가운 것 같아.
독일인으로서 너도 그렇게 생각해? 

 

독일친구에게 이렇게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그는 예상치도 못한 답변을 주었습니다.

 

음 글쎄, 나도 한국에서 살았을 때 한국사람 차갑다고 느꼈어.
그들은 나를 친구라고 하지 않고, 외국인 친구라고 하거든.

 

 

독일 사람이든 한국사람이든 나라에 상관없이 딱딱한 사람이든 다정한 사람이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태도가 나라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2.  만나고 헤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던 저는 친구를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도 굉장히 연연했습니다.

모든 인연이 깊어야하고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연이 오면 항상 끝이 있다는 것을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인연은 항상 끝이 났고, 저는 늘 혼자였습니다.

 

저는 겁쟁이였습니다.

가벼운 인연은 가볍다고 피하려고 했고, 깊은 인연은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들킬까 봐 피하려 했죠.

사람을 사귀는 건 쉽지만 인연을 가꾸어 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게 되고,

그런 바탕에는 '어차피 이 사람은 나를 이해해주지 못해'라는 마음이 바탕이 있었습니다.

 

맞습니다. 타인은 나를 영원히 이해해주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내가 나 스스로를 이해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내가 홀로서기가 된다면, 오고 가는 인연에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인연은 늘 완벽한 타이밍에 만나고 완벽한 타이밍에 헤어지기 마련입니다.

그 어떤 인연이든, 가볍든 깊든 모든 인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올 인연은 오고, 갈 인연은 갑니다.

오는 인연에 최선을 다하고, 가는 인연에 최선을 다해 보내주면 됩니다.


3.  좀 더 나에게 솔직했더라면

 

 

글을 꾸준히 적기 시작한 건 작년부터였습니다. 

그전까지 일기를 한 달에 한번 쓸까 말까 했었지요.

일기를 적는 것, 글을 적는 것은 나에게 가장 쉽게 솔직해질 수 있는 방법입니다.

글을 적음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기분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무심코 적은 그 아픔을 알아차리고 곁에 있어주세요.

외로움을,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르려 애쓰지 말고 종이에 토해내세요.

그러면 마음이 숨 쉴 수 있게 됩니다.

 

모닝 페이지라고 아시나요?

일어나자마자 펜을 잡고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적는 것을 말합니다.

매일 아침 무의식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것을 글로 옮겨놓으면, 평소에 내가 어떤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어떤 삶을 살길 원하는지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의 글을 틈틈이 다시 읽어보면서 자신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어떠한 패턴이 보일 것입니다.

매일 저의 마음상태를 확인하고, 내가 힘들 때 내가 도와줄 수 있었더라면 달랐을까 잠시 상상해 봅니다.

 


4.  더 건강하게 먹었더라면

 

 

저는 뮌헨에서 살았을 때 요리를 아예 하지 못했습니다.

그건 제가 요리를 할 줄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 플랫메이트들이 주방을 엄청 더럽게 사용했기 때문이죠.

식기세척기는 정말이지 볼 수 없을 만큼 더러웠습니다.

 

저는 제 방에서 Reiskocher로 라면을 끓여 먹던지, 빵, 참치캔, 삼겹살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덕분에 식비는 많이 아낄 수 있었지만 건강하지는 못했습니다.

매일 비슷한 음식을 먹고 같은 요리를 해 먹으니 그 찝찝한 기분을 어떻게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좋은 룸메이트를 만난 덕분에 건강에 좋은 식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 밀가루 대신에 쌀
  • 우유대신에 Hafermilch(오트밀 우유)
  • 유제품은 될 수 있으면 먹지 않음
  • Red Meat는 주에 한두 번 정도, 될 수 있으면 하얀색 고기(닭, 생선)를 섭취하는 것
  • 렌틸콩 야채 위주
  • 과일 섭취
  • 탄단지를 의식
  • 조금 비싸더라도 Bio
  • ohne Zucker
  • 견과류(호두, 아몬드, Paranusskerne)
  • 비타민 D 섭취
  • 샐러드드레싱으로 식초와 대마종자유

이렇게 음식에 신경 써서 먹으니 내 몸이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요리할 때 매일 같은 레시피가 아닌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게 되며 일상이 달라지는 듯한 변화를 느꼈습니다.


5.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더라면

 

 

독일 1년 차였을 때의 나의 삶은 체계적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저에게 너무 관대했었지요.

오늘 하루가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비슷한, 재미없이 흘러가는 삶이 되어버렸습니다.

그 어떠한 성취감과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혀 없는듯한, 정체되어 있는 듯한 느낌.

이러한 생활을 두 달간 반복하다 보니 저는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하루를 관리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루를 관리하고 경영할 줄 알아야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루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루틴이 필요하고,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장 작은 것부터 시작하세요.

 

일어나서 침대정리하는 것은 몇 초 걸리지 않지만 효과가 아주 좋습니다.

 

이런 조그마한 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자신감이 조금씩 쌓이게 되면, 이는 실천력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실천하며 자신의 다양한 모습을 발견할 때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지금 제가 매일 하고 있는 루틴은 이렇습니다.

  1. 일어나서 침대정리
  2. 커튼 치기
  3. 물 마시기
  4. 세수하기
  5. 모닝페이지 적기 & 감사일기 적기
  6. 아침 운동&산책하기
  7. 책 읽기
  8. 잠자기 전 일기 적기

특히 혼자 하는 아침 산책을 추천드립니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 과거의 일들, 미래의 불안 걱정들과 함께 걷다 보면

가는 길과 돌아오는 길의 생각이 달라져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걱정하며 걷다 돌아오는 길에는 희망에 차서 돌아오고,

머리가 복잡해서 걷다 돌아오는 길에는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어서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걷기는 저에게 있어 '신에게 질문하는 시간'입니다.

가는 길은 항상 복잡하고 무겁지만, 돌아오는 길은 가볍습니다.

든든한 친구가 있다는 느낌입니다.


6.  무작정 어디든 여행을 갔더라면

 

 

베를린에 1년 살면서도 저는 Wannsee를 못 가봤습니다.

이렇게 큰 호수가 이렇게나 가까이 있었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니..

한 달 여행 오신 저의 어머니가 저보다 베를린에 대해 잘 알고 계십니다.

어머니는 두 발로 베를린을 횡단하시며 골목골목까지 깊게 여행하셨습니다. 

 

산다는 것과 여행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에 여행 오는 사람은 하나라도 무언가를 경험하려고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유럽에 살고 있는 사람은 말이 달라집니다.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여행을 떠나지 않는 것이지요.

 

하지만 여행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전거 한대와 물, 식량만 챙겨서 떠날 수 있는 게 여행입니다.

일상이 지루하고 따분하다면 어디든 걸어보세요.

어디든 새로운 곳으로 가보거나 탐험해 보세요.

모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7.  유럽이라는 대륙의 역사에 관심이 있었더라면

 

 

제 룸메이트는 스페인 사람입니다.

룸메랑 음식을 같이 먹으며 주로 역사에 관해 많이 이야기하게 되었습니다.

알랙산더 대왕, 이집트, 수메르 문명, 예수, 마르코 폴로, 그리스 신화, 카우보이가 왜 카우보이인지, 남북전쟁... 등등

 

저는 부끄러웠습니다.

 

저에게 있어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마치 이 문화를 알아가지 않겠다는 태도와도 같다고 느껴졌습니다.

 

세계사를 처음부터 다시 배웠습니다.

분명 중학생, 고등학생 때 주구장창 외웠던 기억이 나는데,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역사를 알고 나니 그 배경을 바탕으로 생겨난 문학작품들, 예술작품이 보이고, 철학이 보이고 문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깊게 알면 알 수록 더더욱 이 땅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독일 역사를 공부하던 도중에는 베를린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도시에서 살았는데도 전혀 몰랐다니!

 

룸메이트 언니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같은 유럽이더라도 나라에 따라 성향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겨울의 삭막함, 햇빛이 거의 없는, 추운, 고독. 

독일만의 이러한 환경이 인간을 더더욱 고독하게 만들고, 저절로 인생에 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제서야 제가 왜 독일로 오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운명 같은 끌림 이였던 것이죠.

 


 

힘들때 지칠때 제가 제 곁에 있어주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몰랐습니다.

이제서야 제 상처를 마주 보고 끄적여보네요.

이 글이 도움되기 바라며, 끝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반응형